당신은 어떤 단어로 문장을 만드나요 - 지식채널e「처음 글쓰는 이들을 위하야」


                        

 

                 당신은 어떤 단어로 문장을 만드나요 

                                                                      -「처음 글쓰는 이들을 위하야」 를 본 후


  대학교에 막 들어오는 1학년 1학기에 우리 학과는 「문장 연습」이라는 전공 필수 과목을 듣는다. 문창과라는 특성상 글을 이루는 문장을 다듬어서 쓰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문장 연습」 은 문법적으로 뜻이 분명하지 않거나 중복 되었거나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연습을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강의이다. 위와 같은 문장들을 고치고 있다보면 조사 하나, 단어나 표현 하나의 차이로 문장이 얼마나 명확해지는지 느끼게 된다. 
   문장을 문법에 맞게 쓰기만 하면 끝나느냐,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다. 같은 것을 쓰더라도 사용하는 단어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상에 나왔듯이 소설가 이태준은 오이가 덩굴에 열린 것을 표현하는 예를 들었다. 오이가 열렸다고 하는 것, 오이가 매달렸다고 하는 것, 오이가 늘어졌다고 하는 것의 뜻이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당연히 느낌도 다르다.
   그렇다면 문장을 구성하는 말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답은 관찰 밖에 없다. 이것 또한 이태준의 연재글에 나온 이야기이다. 교수님들께 닳도록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글을 쓰느데에는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 창작 강의를 들었을 때는 멸치를 며칠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관찰하고 시 한 편을 쓰라는 과제를 받았을 정도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를 하면 쉬울 것이다. 같은 것을 관찰하더라도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 보는 시선에 따라 각각 다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초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되고 그렇게 관찰한 것을 토대로 글을 구성하는 단어와 문장들이 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년을 올라가다 보면 동기들의 글은 이름이 쓰여있지 않아도 누가 쓴 것인지 어느 정도는 다들 맞춘다. 분위기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이런 방법들은 습작생이나 작가와 같은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는 어떤 종류의 글이든 안 쓰기가 힘들다. 대학교에 지원 할 때, 입사 지원서를 쓸 때 자기소개서를 쓰고 대학에서는 레포트를 쓰며 회사에서도 각종 보고서를 쓴다. 이러한 글 모두 문장과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소개서는 물론이고 양식이 정해져 있어 자유롭지 못한 글인 보고서마저도 구성하고 있는 문장과 단어에 따라서 주는 느낌이 다르다. 많은 대학에서 글쓰기에 관한 강의를 교양 필수로 지정해서 학생들에게 꼭 듣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제 곧 한글날이다. 휴일이라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이 비속어나 은어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 한 번 쯤은 신경써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한글날에는 자신이 어떤 문장과 단어를 고르고 있는지, 그 단어의 분위기는 어떤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글은 쓰기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일수록 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가 재미있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설가 이태준이 괜히 연재물인 「글짓는 법 A·B·C」의 부제를 '처음 글쓰는 사람들을 위하야'라고 지은 것이 아니다.



지식채널e「처음 글쓰는 이들을 위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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